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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수행평가 과제형·암기식 금지
교육부는 수행평가의 원래 취지에 맞는 운영, 학생 학습 부담 해소 차원에서 2학기부터 ‘과제형’·‘암기식’ 수행평가를 금지한다고 2일 밝혔다. 수행평가는 암기 위주 지필평가의 한계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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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중에 하나는 수행평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각 과목당 2개의 수행평가를 진행해야하는데, 2025년에 입학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최소한 8개의 과목을 이수한다고 생각하면 16개의 수행평가를 해내야 합니다.
교육부는 수행평가를 수업시간에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추가 부담은 적을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부담이 적은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고등학생들이 처한 환경
인문계 고등학교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대학진학이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치르는 모든 시험과 수행평가는 중요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단순히 수업시간에만 수행평가를 시키는 것은 학생에게 오히려 이중부담이 됩니다. 집에서 '몰래' 수행평가를 진행해야함과 동시에, 수업시간에도 수행평가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학생이 집에서 수행평가를 진행하는 것을 막을수도 없지만, 막아야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왜냐하면, 학습부담을 더는 것이 목표임에도 학생이 느끼는 부담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생입장에서는 수행평가는 어쨌든 잘해야하는 과제이면서,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하는 과제입니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알면서도 외면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입시' 그 자체입니다. 학생들이 입시에 시달리는 이유는 입시를 치르는 과정(중간고사, 기말고사, 수능)이나 형태(서술형, 논술, 객관식, 수행평가)가 아니라 입시를 둘러싼 학업과 인생의 성공여부의 연결고리입니다.
만약 학생들이 입시에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학생들이 입시에 괴로움을 느꼈을까요?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단순한 문제, 그렇지만 골치아픈 문제는 치워버리고, 눈에 쉽게 보이는 형태만을 바꾸려고 합니다.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탁상공론의 대표정책입니다.
학생의 학업부담을 줄이려면 학업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나가야합니다. 그러니까 공부를 못해도 잘살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합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교육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교육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둘러싼 환경과 그 관계를 잘 이해해야합니다. 대학이 어떻게 학생을 선발하는지, 교사와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수행하는지를 잘 이해해야합니다. 위 기사처럼 수행평가를 2개로 늘리는 것도 모자라서, 그 수행평가가 실시되는 환경을 바꾸겠다는 것은 학생에게 또다른 고통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과제물을 만들어오라고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교사입장에서는 역량을 드러내는 과제물이 무엇인지 잘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것을 어떻게 이해할까요? 예를 들어 수학시간에, 특정 맥락을 잘 설명하는 함수와 그래프를 구성하는 과제를 만들고, 제출하라고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학생들이 함수과 그래프를 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일차함수나 이차함수는 쉽게 그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이 일차함수와 이차함수를 그릴 수 있다고 생활기록부에 적으면 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활기록부가 너무 중요해진 나머지 '그릴 수 있다'에서 끝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생활기록부가 대입에 반영되기에, 생활기록부를 단순하게 적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더욱 내실있게 만들기 위해 더욱더 많은 에너지(심지어는 집에서도)를 투입해야합니다. 그런데 16개의 과정형평가를 내실있게 준비해야하기에 학생들의 학업부담은 몇배로 커집니다.
교육부에서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일종의 아동학대가 되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교육부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잘 알았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결국 그 부담은 학생에게 전가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 기사는 그 책임을 '교사'에게 씌우고 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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