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한번 도입되면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테드 카진스키가 남긴 말입니다. 그는 폭탄 테러를 통해 기술의 발전을 막으려 했던 인물입니다. 기술이 인류에게 이로울 것이라 굳게 믿는 사람으로서 그의 행동을 옹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도입은 비가역적인 과정'이라는 그의 주장에는 깊이 공감합니다.
인터넷이 발명된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할 필요가 사라졌고,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의 폭은 엄청나게 넓어졌습니다. 2025년을 정의할 기술은 단연코 AI일 것입니다. 특히 거대 언어 모델(LLM)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LLM은 이미 우리 삶을 심오한 방식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한 가지 설득력 있는 사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1. '생각 없는' 학생이라는 도전 과제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과제를 받을 때, 자신의 지적 노력을 들이는 데 인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 조사부터 글쓰기까지, AI의 힘을 빌립니다. 교실 뒤편에 서서 학생들을 지켜보면 GPT나 Gemini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은 AI Studio와 같은 도구를 쓰는 모습도 보입니다. 제가 모든 학교를 방문해 본 것은 아니니, 성급한 일반화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 학교의 대다수 학생이 AI를 사용하고 있다면, 다른 학교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AI 사용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잘못된 접근입니다. 왜냐하면 AI는, 무엇보다도,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해, 우리는 학생들이 어떻게 AI에게 과제를 맡기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사가 하이데거의 책을 읽고 조사하라는 과제를 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 학생은 다음과 같이 정교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하이데거는 '존재(Being)'와 '시간(Time)'을 모두 '주는' 것으로서 '에레ignis(Ereignis)'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일까요? 과정인가요, 원초적 사건인가요, 관계인가요, 아니면 전혀 다른 무엇인가요? 하이데거 자신도 존재나 개념으로 표상될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을 어떻게 설명하려고 시도했을까요? 결국 '에레ignis'는 최종적인 형이상학적 원리에 붙인 새롭고 더 신비로운 이름일 뿐일까요, 아니면 형이상학을 성공적으로 벗어난 개념일까요?"
하지만 다른 학생은 그저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시간도 주고 존재도 준다면... '그것'은 대체 뭐예요?"
이처럼 AI를 사용하더라도 학생의 태도와 최초의 질문 수준에 따라 최종 결과물은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AI에게 수준 높은 질문 자체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학생이 순전히 AI 활용 능력만으로 다른 학생을 능가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잠재력 있는 학생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은 교사에게 심각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AI의 확산은 평가에 있어 결코 이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나 AI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침투했고, 되돌릴 길은 없습니다.
시간이 충분한 교사라면 구술 면접을 통해 학생이 제출한 과제물 이면의 이해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의 여건상 구술 면접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교사는 학생 교육 외에도 수많은 행정 업무를 책임져야 합니다. 더군다나 '생활기록부'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한, 교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2. 교사의 AI 딜레마
한국의 교사들에게 AI는 딜레마를 안겨주는데, 이는 주로 생활기록부 때문입니다. 생활기록부란 교사가 학생의 잠재력, 관심사,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서술해야 하는 종합 보고서입니다. 이 기록부에 기재되는 내용이 좋을수록 학생은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해 가능한 한 최고의 기록을 작성하려 애씁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AI 사용의 유혹에 직면합니다. 실제로 오늘날의 AI는 종종 평범한 교사가 작성하는 것보다 더 수준 높은 학생 기록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럴듯하고 잘 쓰인 내용을 무에서 창조해내기까지 합니다. 이것이 교사들이 기록부 작성이라는 고된 작업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으며, 바로 이 지점에서 AI는 딜레마가 됩니다.
경쟁 시스템에 우월한 도구가 도입되고, 그 도구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모두가 그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교사들이 AI를 사용하여 학생 기록부의 질을 높임에 따라, 이는 기록부의 '상향 평준화'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 AI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되며, 새로운 종류의 군비 경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3. 새로운 길을 향한 제언
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앞에서 교실에서의 AI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려는 시도는 무익하고 비생산적인 노력일 뿐입니다. 이는 계산기가 발명된 후 학생들에게 사용을 금지하거나, 연구를 위해 인터넷 접속을 막는 것과 같습니다. 도전 과제는 파도에 맞서 댐을 쌓으려 할 것이 아니라, 그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철학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며, 지식 전달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 고차원적 사고를 배양하는 모델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떤 정보든 즉시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교육의 가치는 더 이상 단순히 '아는 것'에 있을 수 없습니다. 미래의 교실은 AI가 복제할 수 없는 것, 즉 진정한 이해, 비판적 판단, 그리고 지식을 윤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지혜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AI가 생성해내는 압도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찾아낼 수 있는 통찰력과 판단력입니다. 이는 미묘한 변화가 아니라, 우리 교육 목표의 완전한 재정의입니다.
수학 과목을 예로 들어봅시다. 여러 세대에 걸쳐 우리는 학생들에게 공식을 암기하고 복잡한 계산을 손으로 수행하도록 훈련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AI가 미분 방정식을 순식간에 풀어내는 시대에 이런 반복적인 노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새로운 초점은 수학 이면의 의미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피타고라스 정리를 단순히 암기하는 대신, 그 증명 과정을 탐구하고 기하학적 의미를 이해하며, 실제 공학이나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해야 합니다. 교사의 역할은 훈련 교관에서 탐구의 촉진자로 변모하며, 복잡한 문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AI를 계산 도구로 사용하여 개념을 탐구하고, 가설을 테스트하며,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목표는 인간 계산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추상적이며 창의적인 수학적 사상가를 양성하는 것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역사 수업에서도 날짜, 이름, 사건의 암기에 대한 강조는 시대에 뒤떨어지게 됩니다. AI는 조선왕조의 연표를 즉시 완벽하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진정한 교육적 작업은 AI의 요약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도록 배워야 합니다: "이 사건으로 이어진 사회경제적 압력은 무엇이었는가? 이 시기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기록은 왜 서로 충돌하는가? 이 1차 사료에는 어떤 편견이 존재하는가?" 교실은 역사 분석의 실험실이 되어야 하며, 학생들은 AI를 사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1차 사료를 수집하되, 그 후에는 자신의 인간적 지성을 발휘하여 분석하고, 종합하며, 설득력 있는 주장을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심오한 교훈과 미묘한 통찰력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길러주어, 복잡하게 얽힌 인간의 동기와 결과의 직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육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고 복잡한 것으로 진화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지식의 주된 보관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호기심의 큐레이터이자, 도전적인 문제의 설계자이며, 비판적 사고의 모델입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학생들에게 AI를 생각을 건너뛰는 지름길이 아니라, 생각을 심화시키는 강력한 파트너로 대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이 기술의 물결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목적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고 학생들이 그 안에서 번영할 수 있도록 지혜, 분별력, 지적 용기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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